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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질병정보

표적 치료 · 유전자 맞춤 치료 속속 개발, 이제 포기해야 할 '말기암'이란 없다 [혈액종양내과]

▲ 우리나라 암환자 5년 생존율은 62% 이상으로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치료성적이 꾸준히 향상되고 있어 암 진단이 곧 사망선고로 받아들여지던 시절은 이미 지났다. 고신대복음병원 제공

암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3~4명에 한 명꼴로 암이 발생하기 때문에 나의 가족 중 누군가는 암이 걸릴 확률이 있다고 보면 된다. 보건복지부가 2011년 12월 발표한 국가 암등록 통계를 보면 암 유병자가 80만 명을 넘었고 수 년 전부터 우리나라 전체 사망원인의 1위를 차지할 정도다. 다행인 것은 암 유병률이 높아지고 있지만 치료성적 또한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우리나라 암환자의 5년 생존율은 62% 이상으로 보고되고 있어 다른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다. 특히 발병률이 높은 위암이나 유방암, 갑상선암 등은 조기에 발견하는 경우 완치율이 매우 높다. 암 진단이 곧 사망 진단으로 받아들여지던 시절은 이미 지났다.

#진행암과 재발암도 포기하지 말라

하지만 조기암과는 달리 완치가 불가능한 진행암(조기에 발견하지 못해 다른 장기로 퍼진 암)의 상태로 발견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항암치료나 수술에도 불구하고 암으로 인한 고통은 말로 표현이 어렵다. 그러다 보니 진행암이나 재발암은 환자가 적극적인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대신 식이요법이나 민간요법 등으로 한눈을 팔다가 상태가 더 악화되곤 한다.

다른 장기로 퍼진 진행암이나 수술 후 재발한 암도
항암치료법 눈부신 발전, 생존 연장 · 증상 개선 큰 효과
치료법 표준화 돼 시간·경비 낭비하며 서울 갈 필요 없어
정체불명 민간 요법 의존하는 안타까운 일 없어져야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데는 의사들도 책임이 있다. 완치가 어려운 환자들을 '말기암'이라는 딱지를 붙여 생존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대책 없이 집으로 돌려보내기 때문이다.

고신대복음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양수 교수는 "혈액종양을 전공한 의사로서 말기암이나 재발암일지라도 치료를 포기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말기암에서도 상태가 완화되기나 회복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표적치료제, 유전자 맞춤치료 등 치료법 발전

오래 전부터 소화불량 증세를 호소하던 50대 주부 K 씨. 어느날 복부에 덩어리가 만져져서 외과에 입원, 곧바로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개복해 보니 암 덩어리가 복부에 너무 퍼져 도중에 수술을 중단했다. 고민 끝에 혈액종양내과에서 항암치료를 받았다. 치료를 받고 나서 4년여동안 별 탈 없이 잘 지냈다. 그러다 5년이 다 될 무렵에 구토 증세가 있어 다시 검사를 해보니 식도 주변에서 종괴가 발견됐다. 의사가 항암치료를 해 보자고 권유했다. 앞서 항암치료 반응이 좋았기 때문에 K 씨는 거부감 없이 치료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8년 전에 유방암 수술을 받은 J 씨. 그동안 별 이상이 없어 안심하고 있었는데 올해 초에 두통이 심해 병원을 찾았다. MRI 검사 결과 소뇌와 간에서 전이된 종양을 발견했다. 뇌 부위는 방사선 치료를 해서 두통과 어지러움 증상이 해소됐다. 간에 전이된 종양은 표적치료제로 항암치료를 받고 부작용이 거의 없어 외래를 오가고 있다. 처음 재발했을 때 딸의 결혼할 때까지만 살게 해달라며 매달리던 환자가 지금은 손녀를 돌보고 있다.

진행암이나 재발암 환자의 경우 수술이나 항암치료, 방사선치료로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완치보다는 생존기간의 연장 또는 증상의 개선이나 완화가 목표다. 앞의 사례와 같이 적극적인 치료를 할 경우 삶의 질을 개선시키고 생존 기간이 늘어나기도 한다.

최근에는 항암치료법이 다양해지고 발전하고 있다. 암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알게 됨으로 다양한 표적치료제가 개발돼 치료성적이 향상되고 부작용은 훨씬 줄었다.

5년 전만 해도 진행된 말기암에서는 평균 생존기간을 6개월이라 해 집으로 보냈다. 하지만 이제는 말기라 하더라도 평균 2년이 넘게 사는 시절이 되었고 유전자 맞춤형 치료가 가능한 경우는 그 이상의 기간을 살 수 있다.

김양수 교수는 "당뇨병이나 고혈압 진단받고 울면서 절망하는 사람은 없다. 암도 만성질환처럼 조심스럽게 다스리면서 같이 살아가겠다는 생각을 갖는다면 힘든 과정도 거뜬히 이겨 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생존기간 연장, 증상 개선으로 삶의 질 향상
진행암 환자를 치료할 때는 그 영역을 좀더 세분화하고 전문화할 필요가 있다.

우선 암을 처음 진단받고 1차 혹은 2차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는 가급적이면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하게 하는 것이 좋다. 항암치료도 생존기간을 늘리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치료 부작용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환자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환자'라는 느낌이 들지 않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여러 대형병원에 암센터가 생기면서 항암치료가 이미 전문화되어 있고 대부분이 표준화되어 있다. 그런데 지방 환자들이 서울에서 항암치료를 받은 후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접근성이 떨어져 부작용이 나타나도 제대로 관리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이 자주 생기고 시간과 경비를 들여가면서 지방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치료를 받으러 가는 안타까운 상황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다음으로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더 이상 효과가 없는 진행암 환자들이 의료진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임종을 앞둔 말기암 환자들처럼 호스피스 치료가 필요하진 않지만 의사로부터 더 이상 치료할 게 없다는 말을 듣고 헤매는 상태가 된다.

그러면서 '기적의 암치료'라는 정체불명의 민간 요법들에 의지해 부작용으로 고생하고 치료비만 탕진하게 된다. 이런 영역의 환자들도 전문적인 의료진들이 적극적으로 증상 관리나 완화 치료를 하면 삶의 질이 매우 향상될 수 있음에도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진행암이나 재발한 암환자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는 의료진과의 만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