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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질병정보

막히고 썩은 심장혈관 뻥! 뚫린 새 길 내기 [심장혈관흉부외과]
흉부외과 조성호 교수

관상동맥 우회술

'풍선·그물망'수술 안 되는 중증환자
동·정맥으로 만든 우회혈관 효과적
심장 정지 없이 수술… 부작용 줄어
"대수술 두려워 말고 적극 치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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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후반의 H 씨는 콩팥이 기능을 못해 혈액투석을 받아왔다. 2년 전 흉통이 자주 일어나 검사를 해 보니 관상동맥(심장동맥) 협착증이 확인됐다. 혈관중재술로 좁아진 관상동맥에 철망 모양의 스텐트를 삽입한 후 약물치료를 받았지만 증상이 재발했다.

철망 그물 사이로 혈전(피떡)이 끼어 시술한 부위가 다시 좁아진 것이다. 협착 부위도 3군데가 더 늘었다. 더이상 혈관중재술이 어렵게 되자 관상동맥 우회술을 통해 우회혈관을 만들어주었다. H 씨는 현재 증상의 재발없이 일상생활을 잘 하고 있다.

# 관상동맥질환 적극적인 치료 필요
정상인은 1분에 60회 정도 심장이 박동한다. 80년을 산다고 가정하면 평생 25억 회 이상 펌프질을 해서 생명을 유지하는 셈이다. 이처럼 쉴 새 없이 펌프질을 하기 위해선 심장에 적당히 근육이 있어야 하고 혈관이 깨끗해야 한다.

인체에는 많은 혈관이 있는데 특별히 심장에 있는 혈관을 관상동맥이라고 부른다. 세 가닥의 큰 혈관이 왕관 모양으로 이어져 유래된 이름이다. 심장혈관 중 하나 이상의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혀 심장 근육에 충분한 혈액 공급이 이루어지지 못하면 관상동맥 질환이 생긴다. 처음에는 피가 모자라 움직일 때마다 흉통이 유발되는 협심증이 나타난다. 이런 상태가 지나 혈관이 더 많이 막히면 심장의 근육들이 괴사되면서 심근경색으로 이어진다.

심근경색은 사망률이 15~20%에 이르며, 증상이 나타난 후 1시간 내에 급사할 수도 있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따라서 관상동맥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적절한 식이 요법과 운동 등을 통해 건강한 심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관상동맥 질환이 진행이 된 후에는 적극적인 치료를 권한다. 적극적인 치료는 '관상동맥 중재술'과 '관상동맥 우회수술'이 있다.

# 중증 심장혈관은 수술로 막힌 혈관 뚫어
관상동맥 중재술은 좁아진 관상동맥 부위에 작은 풍선을 넣은 뒤 부풀려 혈관을 넓히거나, 스텐트라는 금속 성분의 그물망을 넣어 혈관이 다시 좁아지는 것을 막는 방법이다. 풍선확장술과 그물망 시술은 재발이 잦은데 그런 단점을 줄이기 위한 연구가 다각도로 진행 중이다. 수술이 아닌 시술이기 때문에 보다 쉽게 시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모든 경우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벼운 심장혈관 질환은 순환기내과에서 시술로 가능하지만 혈관이 썩거나 중증 심근경색은 흉부외과에서 수술을 받아야 한다.

고신대복음병원 흉부외과 조성호 교수는 "협착 부위가 광범위하거나, 3개의 심장혈관에 모두 협착이 있다든지, 혈관에 석회화가 심해 혈관이 돌처럼 굳어 있을 때는 스텐트를 넣을 수가 없다. 이런 경우에는 흉부외과에서 관상동맥 우회수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H 씨처럼 만성신부전증이나 당뇨를 가진 환자들은 관상동맥 질환이 계속 악화되기 때문에 스텐트를 넣어도 협착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우회수술이 더 적합한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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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동맥우회술은 심하게 막히거나 썩은 심장혈관(그림 왼쪽)을 대신해 신체 다른 부위의 동맥이나 정맥을 떼어와 우회혈관(오른쪽)을 만들어 주는 수술이다.

관상동맥 우회수술은 우리 몸의 다른 부위에 있는 동맥이나 정맥을 떼어와 협착이 일어난 혈관 옆으로 우회로를 만들어주는 수술이다. 고속도로를 이용해 서울로 갈 때 경부고속도로가 막히면 중부고속도로로 우회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관상동맥 우회수술을 시행하기에 앞서 환자들이 다들 '시술로 하면 안 될까요'라고 되묻는다. 상태가 악화돼 시술로는 더이상 해결이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묻는 것이다. 하지만 관상동맥 우회수술은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다.

# 체외순환기 없이 상태로 우회수술

초창기 관상동맥 우회수술은 가슴 가운데를 절개하고 체외 순환기(심폐기)를 가동한 상태에서 시작한다. 체외순환기는 심장이 정지했을 때 신체 혈류를 유지하기 위해 체외에서 혈액순환을 유지하는 기계이다. 심장 기능을 대신하는 기계라고 보면 된다. 체외순환기를 가동하고 심장박동을 멈추게 한 다음 손상된 혈관 옆으로 우회혈관을 연결한 후 다시 심장을 뛰게 한다.

하지만 혈액이 체외순환기라는 인공구조물과 접촉을 하게 되면 염증반응이 유발될 수 있다. 또 심장을 정지시키게 되면 심근을 보호하기가 어려워 수술 후 합병증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술기구와 기술의 발달로 체외순환기를 쓰더라도 심장을 정지시키지 않고 수술이 가능하다.

심장의 기능이 어느 정도 유지되어 있는 경우에는 체외순환기 없이도 수술이 가능할 만큼 의료기술이 발전했다. 체외순환기 없이 하는 혈관우회술은 자기 심장에만 의존하여 시행하는 수술로 고난이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심정지나 체외순환기로 인한 합병증을 피할 수 있어 고령의 환자, 신기능이 저하된 환자, 당뇨, 재수술, 종교적인 이유로 수혈이 제한된 환자 등에 있어 많은 이점이 있다.

우회혈관에는 동맥과 정맥을 사용할 수 있다.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힘들지만 동맥을 사용하는 것이 정맥을 사용한 경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통률이 좋다. 수술 10년 후 혈관 개통률을 보면 동맥은 90% 이상 개통율을 보이지만 정맥은 80% 정도로 떨어진다. 그리고 정맥은 5년 정도면 혈관 내에 경화증이 생기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주로 사용되는 동맥은 흉골 안쪽의 내유동맥, 팔의 요골동맥, 다리 쪽의 복재정맥 등이 있다. 이 중 내유동맥이 수술 후 혈관의 경련이 적고 혈관을 확장시키는 물질을 분비하기 때문에 가장 적합하다.

조성호 교수는 "혈관이 막혀 스텐트나 풍선확장술로 간단히 해결될 수도 있지만 과도한 스텐트 삽입과 재협착 등으로 병이 광범위하게 진행되면 우회술을 받아야 한다. 환자의 장기적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있어 막연히 수술을 피하는 것보다 정확한 진단에 따라 효과적인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